<p></p><br /><br />자신의 운명을 정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. <br><br>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요? <br><br>지난달, 경북 구미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짜리 여자아이의 얘기입니다. <br> <br>홀로 빈집에 방치된 채 생을 마감할 때까지, 이 아이는 22살인 언니를 엄마로 알고 살았을 겁니다. <br><br>유전자 검사 결과 외할머니와 숨진 아이의 DNA가 일치했고, 경찰은 비슷한 시기 아이를 출산한 외할머니가 두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, 친부는 누구인지, 언니가 실제 낳은 딸은 어디로 사라졌는지, 여전히 의문투성입니다. <br><br>이 안타까운 아이들의 비극.<br><br>어디서부터, 뭐가 잘못됐던 걸까요? <br><br>Q1. 3살짜리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게 지난달 10일입니다. 당시까지만 해도 아이의 엄마는 22살 여성이라고 알려졌었는데, 아이 친모의 존재는 어떻게 드러난 겁니까? <br> <br>보통 친부모와 자식 사이에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, 99.99% 일치한다고 나옵니다. <br> <br>그런데 경찰이 숨진 아이의 엄마로 알려졌던 22살 여성의 유전자 검사를 해봤더니, 비슷하긴 하지만, 일치하지는 않았습니다. <br> <br>그래서 주변의 다른 인물들과도 DNA 대조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는데,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48살 여성과 유전자가 완전히 일치했던 겁니다.<br><br>친모는 따로 있었고, 엄마인 줄 알았던 여성은 숨진 아이의 언니였습니다.<br><br>Q2. 아이가 바뀌었다는 얘기인데,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거죠? <br><br>숨진 아이의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. <br><br>지난달 숨진 3세 여아의 언니로 밝혀진 여성은 2018년 초에 실제 딸아이를 출산했습니다. <br><br>병원기록도 있는데, 경찰은 비슷한 시기에 딸을 낳은 친모가 두 아이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아이가 바뀌었다는 걸 진짜 몰랐을까에도 의문이 남는데요, <br><br>"신생아는 하루가 달리 얼굴 모습이 계속 변하기도 하고,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서 엄마가 의심을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"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. <br> <br>실제 언니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 "그럴리 없다"고 말했다고 합니다. <br><br>딸이 엄마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의문입니다. <br><br>Q3. 유전자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친모를 구속했어요. 그런데도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? <br> <br>그제, 법원에 출두하는 모습부터 보시죠. <br> <br>[숨진 아이 친모] <br>"(숨진 아이한테 하고싶은 말씀 따로 없으세요?) 제 딸이 낳은 딸이 맞아요. <br><br>(딸이 맞아요?)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고요. <br><br>(본인 아이가 아니라고?) 아닙니다. <br><br>(그럼 본인이 낳은 딸은 어딨어요?) 아니에요. 저는 딸을 낳은 적이 없어요. <br><br>(다른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?) 낳은 적이 없어요." <br> <br>믿기 힘든 유전자 검사 결과에 사실 경찰도 놀랐다고 하는데, 그래서 4차례나 검사를 진행했습니다. <br><br>결국 같은 결과가 나온 건데, 과학적 증거 앞에서도 끝까지 혐의를 부정하는 심리,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. <br> <br>[승재현 /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] <br>"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뒤에 숨어있는 사건이 있으면 이 사건을 자백하는 순간, 뒤에 있는 사건까지 드러나는 거잖아요.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두 사람의 생명이 연관되면 부인하는 거죠." <br> <br>친모는 딸이 낳은 아이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이 된 상황입니다. <br><br>Q4. 두 사람의 생명과 연관이 된다… 또다른 범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네요? <br> <br>맞습니다. 숨진 아이의 언니가 낳았다는 딸에 대한 얘기입니다. <br> <br>친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면, 언니가 낳은 아이는 현재 어디에 있냐는 겁니다. <br><br>생사확인조차 안 됐는데, 자신이 낳은 아이를 딸의 아이로 바꿔치기 한 뒤에 유기를 비롯해서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. <br><br>Q5. 친모가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? <br> <br>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.<br><br>언제, 어떻게 아이를 바꿔치기 했고, 특히나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핵심 단서로 보고 있는 건데, 경찰은 친모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인 남성들을 찾아내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. <br><br>하지만 현재까지는 숨진 아이와 DNA가 일치하는 남성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, 만약 친부의 존재가 확인되고, 친모의 범행을 도왔거나 묵인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 남성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. <br> <br>일단 사라진 아이부터 찾았으면 좋겠습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,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 <br>